20150827 림펜스의 한국 블로그

내가 다니고 있는 출판사 ‘열린책들’의 자매회사인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2010년부터 펴내고 있는 만화는 주로 해외 만화다. 그 컬렉션은 포괄적으로 ‘미메시스 그래픽노블’이라고 부른다(모두 다 그래픽노블은 아니지만 편의상 이렇게 불러 왔다). 내가 첫 번째로 기획한 그래픽노블 ‘아스테리오스 폴립’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독자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고 그 덕에 만화 기획자로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많은 해외 만화를 출판하게 됐다. 내가 선정한 만화책이 모두 잘 팔린 건 전혀 아니지만 점차 좋은 컬렉션을 만들어 나가면서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래픽노블 시장이 아직도 무척 좁다. ‘좋은 책을 계속 출간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기를 얻겠지’라고 믿고 5년 전부터 꾸준히 세계 만화를 한국 독자들한테 소개해 왔다. 하지만 그래픽노블 시장 자체가 여전히 한국에서는 틈새시장이다. 두 달 전 경상남도의 한 시내를 산책하다가 어느 만화카페를 잠깐 들어가 “그래픽노블은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 직원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고 ‘한국에 서구 만화 전성시대가 오기엔 아직 멀었구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래픽노블’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다는 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건 작품이다. 만화는 다른 예술 분야만큼 가치가 있는 절대적인, 종합적인 예술이다. 대단한 걸작도 많다. 이번 여름에 추천하고 싶은 우수한 해외 만화 몇 편이 있다. ‘쥐’ ‘푸른 알약’ ‘페르세폴리스’ ‘발작 1, 2’ ‘바늘땀’ ‘담요’, 또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아이스너상 수상작 ‘그해 여름’. 그리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분들한테는 특히 1980년대 고전인 폴 커시너의 ‘버스’를(내 출퇴근 버스인 2200번을 매일 타는 출판 편집자들한테 특히) 권한다. 모두 여름의 막바지를 그래픽노블과 함께 즐기기를 바란다.
http://news.donga.com/3/all/20150827/73273053/1

림펜스 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일한 벨기에인이다. 물론 유일하게 아는 벨기에 사람이기도 하다. 만나서 혹은 전화로 하는 얘기는 언제나 그래픽노블에 관한 것, 그런데도 둘 다 늘 신나서 즐겁게 말한다. 며칠 전 그렉 차장이 사진을 보내왔다. 자신이 <거대한 수염을 가진 남자>가 되어서!



20150825 앤디 워홀의 철학_1 사랑 사춘기

1960년대의 저 미디어 파티장에 최소 여섯 명의 <수행단>을 데리고 가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내가 왜 스스로를 감히 <고독한 사람>이라 부르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때문에 그 말이 진실로 무슨 뜻인지, 왜 그것이 사실인지 이제 설명하겠다. 어울릴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막역한 친구들을 찾았을 때가 있었는데, 나는 아무도 찾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정말 혼자라고 느낀 것은 가장 혼자 있고 싶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데 내가 혼자되는 게 더 낫고, 자신의 문제를 내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더 좋다는 결정을 내리는 바로 그 순간,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내 뒤를 쫓으면서 내가 듣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마음속에서 내가 고독한 사람이 되는 순간, <추종>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일이 내게 온 것이었다. 무언가를 소망하기를 멈추는 순간 당신은 그것을 갖게 된다. 나는 이 명제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판『앤디 워홀의 철학』, 김정신 옮김, 최보리 디자인, 미메시스 펴냄.  




20150821 모임

목요일 밤 11시, 가로수길, 나 빼고 모두 다음 날 휴가. 이 사진 참 좋다.



20150819 ILLUSTRATED COVERS 318

올리브영에서 눈썹용 연필을 제대로 찾지 못해 점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겼을까 싶은 어린 친구가, "아이브로우 펜슬은 비싼 걸 쓸 필요 없잖아요. 이 아래에서 보세요!"라며 손짓을 한다. 거기엔 3, 4천 원짜리 아이브로우용 펜과 펜슬이 줄지어 있었다. 그 제품들을 보면서, 아, 난 참 헛살았구나 싶은 이상한 감정에 빠졌다. 그렇지, 눈썹용 연필을 뭐하러 비싼 걸 쓰나, 싼 것도 괜찮지, 맞는 말이지(심지어 못 찾을 때마다 눈에 보이는 대로 6B 연필이나 목탄으로 칠한다), 새삼 어린 사람의 지혜에 감탄했다. 20년을 더 산 나보다 낫구나.



20150807 자꾸 개가 돼

남동생과 나는 원래 고양잇과였다. 둘 다 유치원 때, 엄마가 어디서 얻어 온 아주 작고 귀여운 고양이가 우리의 첫 애완동물이었다. 할머니가 동물과 같이 자는 거 아니라고 하셔서 새끼 고양이는 방 바깥에서 잤다. 어미가 그리운 건지 추웠던 건지, 아기 고양이는 내내 울었다. 할머니가 잠들자마자 고양이를 데려와 남동생과 내 얼굴 사이에 재우면서 밤새 볼로 어루만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우리 얼굴에 하얗게 마른버짐이 피어 있었다. 결국, 고양이는 어미 품으로 돌아가야 했으며, 그 이후부터는 개를 길렀고 그렇게 갯과가 되었다. 예전 회사를 같이 다녔던 후배 박현정과 윤승민 부부를 만났다. 그 시절 우리는 늘 몰려다니며 술을 마셨다. "난 그때 <개>였던 것 같아." 했더니, 윤승민이 "선배,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라고 해서 역시 난 갯과임을 확인했다. 요즘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개가 된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엔 고기와 술 한잔 하면서 선배 엄효신과 후배 이은석에게 꼬리를 흔들고, 다음날 미메시스를 찾은 스타일리스트 김윤미에게는 질질 침을 흘렸다. 그저 좋아서. 김윤미가 함께 촬영하러 온 배우 성준과 박신혜를 소개해 주었을 때는 흥분이 절정에 이른 나머지 미친 듯이 책을 증정했고, (매니저들이 월급 삭감되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걱정했다.) 그날 저녁엔 어나더하우스 멤버십 모임에 가서는 후배 이나래에게 꼬리 치고 선배 배정현에게 살랑거렸다. 그저 반가워서. 그런데, 여기 언급한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한 공통적인 행동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자꾸 생각나』를 선물한 것이다. 역시 난 용의주도면밀한 개다, 개.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은과 수신지 작가에게도 침을 잔뜩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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