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5 수요일 저녁

조카가 전화를 걸고는 오늘 있었던 얘기를 서로 하자고 한다. 웃긴 얘기 하나씩, 아니면 무서운 얘기 하나씩. 그래서 무서운 얘기-야근하고 혼자서 회사 문을 잠궜던-를 해주니, 자기는 신기한 얘기를 하겠단다. "고모,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속담 알지? 오늘 그거 텔레파시했다. 빛나라는 동생이 있어. 빛나는 나를 좋아해. 나도 빛나를 좋아해. 그런데 피아노 학원에서 내가 먹는 꿈틀이 젤리를 하나 달래, 그래서 하나를 줬어. 그런데 또 달래. 그래서 또 줬어. 그런데 또 달래. 그래서 또 줬어. 그런데 또 달래. 그래서 주고 나서 말했어. 빛나야, 이제 두 개 남았으니까 안 된다고. 그런데 빛나 엄마가 온 거야. 내가 피아노를 치는데 빛나가 피아노 위에 과자를 두 개 올려 놓고 갔어. 정말 텔레파시지!", "아, 가는 말이 고와서 오는 말도 고운 거였구나!" 했더니, "응! 맞아!. 그거야!"




20151105 여행지에서 산 책들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도시의 서점과 헌책방에 들러 몇 시간씩 보낸다.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림 보는 것이 제일의 즐거움이다. 낯선 언어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책'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그 나라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책방에 들러 그림책을 사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일본 여행을 가면 문고본 책을 사서 혼자 밥을 먹거나 전차를 탈 때 손에 쥐고 지내기도 한다. 그저 책을 들고 있을 뿐인데 예전 도쿄 유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 기분에 빠지고 만다. 책을 워낙 좋아해서인지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 도시의 책만 쥐고 있어도 나는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빠져드는 기분이 된다. 이 그림책들은 모두 여행지에서 사 온 것들로, 나에겐 그 도시를 추억할 수 있는 나만의 기념품이다. 예를 들면, 상페의 미니 아코디언 책과 9명의 타이 왕들을 나란히 소개하는 책은 각각 파리와 방콕의 공항 서점에서 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여정을 갈무리하며 나에게 선물하기 위해 산 것이다. 언젠가 디자인과 인쇄술이 뛰어난 베를린의 서점을 돌아보고 싶다. 서점 자체에 개성 있는 곳이 많아서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60세가 되면 일에서 은퇴하여 작은 중고서점을 열 계획이다. 그때 이 책들을 모두 내놓을 생각이다. 『트래블러』 11월호, <낭만 수집> 중. 이경진 에디터.


1. 이 물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산 것들인가요? (첨부해 드린 사진에서 서너 개의 아이템을 골라서 말씀해 주세요.)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도시의 서점과 헌책방에 들러서 몇 시간씩 보내는 편이다. 이 책들은 모두 여행지에서 사 온 것들로, 그 도시를 추억할 수 있는 기념품 같은 것들이다. 예를 들면, 상페의 미니 아코디언 책과 9명의 태국 왕들을 쭉 소개하는 책은 공항 서점에서 산 것들이다. 보통 일본 여행을 가면 문고본 책을 사서 혼자 밥을 먹거나 전차를 탈 때 손에 쥐고 지내는데, 마치 예전 도쿄 유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 기분에 빠지곤 한다.

2. 여행지에서, 이 물건을 거듭 사게 되는 이유를 세 가지만 알려 주세요. 유독 물건 앞에서 지갑을 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을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국내에서 살 수 없는 책을 현지에서 값싸게 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낯선 언어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책>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그 나라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책방에 들러 책을 사는 이유 중 하나이다.  

3. 지금은 이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습니까?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편집자이다 보니 책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릴 때 참고 자료로 이용한다.

4. 먼 훗날, 이 물건들은 어떻게 쓰일까요? 언젠가 이 물건들을 어떻게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면요?
60세가 되면 일에서 은퇴하여 작은 중고 서점을 열 계획인데, 그때 모두 내놓을 생각이다.

5. 앞으로 이 물건을 사기 위해(컬렉션에 아이템을 추가하기 위해) 방문하고 싶은 나라 혹은 도시가 있나요? 있다면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디자인과 인쇄술이 뛰어난 베를린의 서점을 돌아보고 싶다. 서점 자체도 개성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다.

6. 이 물건들이 당신에게 주는 기쁨은 무엇입니까?
그림 보는 즐거움.

7.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거나, 가장 애착이 가는 것 하나를 골라 주세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첨부해 드린 사진에서 번호로 골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8번의『페인티드 포토그래프』는 인도의 아름다운 도시 자이푸르의 한 미술관에서 샀던 책인데, 옛 인도 왕조와 귀족들의 오래된 사진에 컬러를 입힌 작품들을 모았다. 19세기 중반에 유행했던 색칠 사진 기법 자체가 매우 신선했고, 사진이면서 회화처럼 보이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초상화 작품들인데도 당시 유행했던 텍스타일 패턴이나 의상, 당시 집 안의 내부 풍경 등을 볼 수 있다.




20151029 난 그대만을

난 오빠를 네 번 만났다. 아니, 그중 세 번은 만났다기보다는 <보았다>가 맞겠지만. 제일 처음 봤던 곳은 경포대 <우리는 하이틴> 라디오 공개방송이었고 중2 때였다. 오빠는 그 프로그램의 디제이였다. 무대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무대 뒤편에 오빠가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난 달렸다. 겁도 없었는지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오빠 옆에 있었는데도 그 사이로 종이를 쑥 내밀었다. "오빠! 사인해 주세요!" 그때 그 종이를 가슴에 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주변 언니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은이 등장하자 우르르 몰려간 고등학생 언니들한테 밟혀서 종아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두 번째는 고2 때 야자를 빼먹고 찾아간 강릉MBC 라디오의 녹음방송이었다. 운이 좋아서 우리는 맨 앞에 앉았고 난 오빠의 바바리 코트를 만지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위의 사진이 그날 찍은 컷이다). 방송이 끝나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오빠의 자동차를 보면서 목 놓아 울었다.
세 번째 만남은 (오, 그러고 보니 또) 여의도 MBC 라디오 방송국에서였다. 새롭게 디제이가 된 윤종신을 인터뷰하러 갔는데 마침 오빠가 그날의 게스트였다. 부스 안에서 인터뷰하자고 해서 디제이 테이블에 우리 세 명이 앉았다. 오빠는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자기를 혹여나 찍는 게 싫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팔로 얼굴을 가렸다. 안타까웠다. 포토그래퍼가 오빠를 안 찍을 거라고 말했는데도 사회부적응자처럼 얼굴을 가린 모습에 마음 아팠다.
네 번째는 <비트겐슈타인>의 앨범 인터뷰 때였다. 저녁 6시 30분에 약속을 잡았는데 비트겐슈타인은 7시 30분에 왔고, 난 8시에 도착했다. 헐떡거리며 약속 장소로 들어가자 오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도대체 나보다 더 늦는 기자 얼굴 좀 보자!"라고 했다. 내가 불쑥 내뱉은 말은, "오빠, 저 팬입니다!"였다. 감히 오빠에게 <신해철 씨> 어쩌고저쩌고하고 싶지 않았다. 뜻밖에도 오빠는 웃었다. "아, 그래그래, 알아! 요즘은 만나는 기자들마다 다 팬이래!" 내가 감히 오빠를 어떻게 인터뷰하랴, 그래서 난 솔직하게 고백했다. "오빠, 제가 이번에 비트겐슈타인을 처음 읽었거든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하라고 하던데, 그런 걸 의도하신 거예요?" 했더니, 오빠가 또 웃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그런 거야!" 그게 마지막이었다. 오빠를 다시 보지는 못했다. 우리 남동생이 오래도록 음악을 해서 인터뷰 때 인사를 왔는데, 오빠는 맞은편에 앉게 하고 여러 가지 얘기를 해주었다. 얼마 전에 남동생에게 오빠가 뭐라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응, 나중에 무대에서 만나자>라고 했단다. 나는 오빠 얘기를 안 쓰려고, 그냥 나만 간직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작년에도 아무 얘기 못했는데, 오늘 라디오에서 오빠 노래가 나왔고, 그 노래는 중학교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였다. http://www.youtube.com/watch?v=uhd75CF-j_w




20151020 후배 이나래의 글 - 나만의 작은 사치

글은 여기에서, http://mnbmagazine.joins.com/magazine/Narticle.asp?magazine=204&articleId=ZHTW0F3S96NU2Y



20151006 오늘 <나에게 영감을 주는 너>는

에이전시에서 추천한 책부터 아마존에서 검색한 책 표지들, 내용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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